
요즘 경제 뉴스 좀 본다 하시는 분들은 관세 배당금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번 백악관을 향해 달려가면서 내건, 아주 파격적이면서도 논란이 뜨거운 공약이죠.
이게 대체 뭐길래 전 세계가 들썩이고,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는 왜 바짝 긴장하고 있는지, 오늘은 그 속을 제대로 한번 파헤쳐 보겠습니다.
제가 뭐 대단한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관련 업계에서 여러 상황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쉽게, 있는 그대로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관세 배당금 대체 뭔가
쉽게 말해 관세 배당금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고, 그렇게 걷은 세금을 미국 국민들에게 현금으로 나눠주겠다는 구상입니다. 마치 회사가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처럼, 국가가 관세 수입을 국민에게 ‘배당’한다는 개념이죠.
트럼프는 국민 1인당 최소 2,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90만 원 정도를 지급하겠다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언급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니, 세금을 걷어서 국민한테 나눠준다는데 이게 왜 문제야?” “공짜 돈이 생긴다는데 좋은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이 정책이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고, 중산층과 서민층의 가계 소득을 늘려주는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합니다.
외국산 제품 가격이 비싸지니 자연스럽게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쓰게 될 거고, 그럼 미국 내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가 일자리가 늘어날 거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거죠.

경제학자들이 경고하는 위험성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죠. 경제 전문가들은 이 관세 배당금이라는 달콤한 사탕 뒤에 숨겨진 무서운 독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관세를 결국 누가 내느냐는 겁니다.
결국 미국 소비자의 부담
트럼프는 마치 중국이나 멕시코, 한국 같은 수출국들이 관세를 내는 것처럼 말하지만, 경제학의 기본 원리는 전혀 다릅니다.
관세는 수입업자가 미국 정부에 내는 세금입니다. 그리고 그 수입업자는 당연히 자신이 낸 세금을 물건값에 고스란히 반영하겠죠.
예를 들어 볼까요? 한국에서 5만 원짜리 화장품을 미국에 수출한다고 칩시다. 여기에 트럼프가 60% 관세를 붙이면, 미국 수입업자는 3만 원의 세금을 내고 총 8만 원에 이 화장품을 들여옵니다.
그럼 이 수입업자가 과연 5만 원에 팔까요? 절대 아니죠. 자신의 이윤과 세금을 모두 더해 훨씬 비싼 값에 팔 겁니다.
결국 한국 기업이 내는 세금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가 더 비싼 돈을 주고 한국 화장품을 사게 되는 구조입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2,000달러를 배당금으로 줘도, 미국 국민들은 이미 수입되는 모든 물건—스마트폰, 자동차, 옷, 신발, 심지어 식료품까지—을 훨씬 비싼 가격에 사고 있기 때문에 조삼모사나 다름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물가 상승률이 배당금보다 더 높아서 실질 소득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무역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더 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당연히 보복에 나설 겁니다.
유럽연합은 미국산 자동차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똑같이 높은 보복 관세를 매기겠죠. 이렇게 되면 전 세계는 그야말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는 끔찍한 무역 전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이런 무역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갑니다. 미국 농부는 판로가 막혀 파산하고, 미국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전 세계 공급망이 엉망이 되면서 특정 부품이나 원자재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또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겁니다.

과거의 교훈 스무트-홀리 관세법
사실 이런 식의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바로 1930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입니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의 어려움을 타개한답시고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50%가 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미국 경제는 살아나기는커녕 더 깊은 수렁으로 빠졌습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즉각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서, 미국의 수출은 3년 만에 60% 이상 급감했습니다.
국제 교역량이 얼어붙으면서 세계 경제는 공멸했고, 결국 대공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최악의 자충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트럼프의 관세 배당금 정책을 보며 이 끔찍했던 역사를 떠올리는 이유입니다.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그렇다면 이 불똥은 우리에게 어떻게 튈까요? 안타깝게도 한국은 그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국가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고, 미국은 중국과 함께 우리의 가장 큰 수출 시장입니다.
당장 반도체, 자동차, 가전제품 등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똑같은 성능의 한국산 TV가 관세 때문에 일본산이나 유럽산보다 훨씬 비싸진다면 미국 소비자들이 과연 우리 제품을 선택할까요?
수출이 줄면 당연히 기업의 실적은 악화되고, 이는 공장 가동률 저하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생산기지를 강제로 이전하라는 압박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는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또한, 이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법적인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위헌 논란이 있으며,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한 재무부 장관조차 이 계획의 실행을 위해서는 의회의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어, 순탄치 않은 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공약이 아닌 이유
관세 배당금은 단순히 한 나라의 경제 정책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자유무역 질서 자체를 흔드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본질은 결국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 그 돈을 다시 나눠주는 것에 불과하며, 그 과정에서 전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공약이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항상 대비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정부는 통상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같은 일반 시민들도 이런 국제 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각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달콤한 약속 뒤에는 반드시 책임과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