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예측하기 어려운 국지성 호우와 장마, 태풍으로 인해 소중한 내 차가 물에 잠기는 안타까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차량이 침수되었을 때, 당황한 나머지 잘못된 조치를 취해 더 큰 손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침수차 피해는 초기 대응 방법에 따라 수리비와 보상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대처법을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동차 전문가와 보험 전문가들의 조언, 그리고 실제 피해 사례들을 종합하여 침수차 발생 시 골든타임을 지키는 행동 요령부터 보험 처리, 보상 기준까지 모든 것을 상세하게 알려드립니다.
🚨 차량 침수 시 절대 금지 행동, 이것만은 꼭!
차가 물에 잠긴 것을 발견했다면, 당황스러운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딱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특정 행동은 차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시동 걸지 않기
침수된 차량에 절대로 시동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침수차 대처법의 제1원칙이자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물이 엔진 내부로 유입된 상태에서 시동을 걸면, 물이 압축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엔진 실린더와 피스톤 등이 엄청난 압력을 받아 휘거나 파손되는 ‘워터 해머(Water Hammer)’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엔진을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또한, 각종 전자제어장치(ECU)와 센서, 배선에 물이 닿은 상태에서 전원이 공급되면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합선(쇼트)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거 사진 및 영상 확보하기
보험사에 연락하기 전, 침수 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량 번호판이 보이도록 전체적인 사진을 찍고, 물이 어느 높이까지 차올랐는지 타이어나 차체를 기준으로 가늠할 수 있도록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두세요. 차량 문을 열 수 있다면 내부 침수 상태도 찍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사진과 영상은 향후 보험사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한 가장 객관적이고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 침수 단계별 현장 행동 요령
모든 침수 상황이 같지는 않습니다. 주행 중인지, 주차 중인지, 물의 높이는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달라집니다.
1단계 물웅덩이 수준 (타이어 절반 이하)
주행 중 타이어 절반 아래로 잠기는 얕은 물웅덩이를 만났다면, 가급적 저단 기어(1단 또는 2단)를 사용해 약 10~20km/h의 속도로 한 번에 지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중간에 멈추거나 기어를 바꾸면 머플러로 물이 역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물웅덩이를 통과한 후에는 브레이크 페달을 여러 번 가볍게 밟아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에 묻은 물기를 말려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2단계 머플러 잠기는 수준 (타이어 절반 이상)
자동차 머플러가 물에 잠길 정도의 깊이라면 절대 진입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주행 중 시동이 꺼졌다면, 절대로 재시동을 시도해서는 안 됩니다. 즉시 차를 세우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후 보험사 견인 서비스를 요청해야 합니다. 무리하게 탈출을 시도하다가는 엔진에 물이 유입되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3단계 완전 침수 수준 (보닛 이상)
주차 중인 차량의 보닛(엔진룸)까지 물이 차올랐거나, 주행 중 차 문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수위가 높아졌다면 수리를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본인과 동승자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외부 수압으로 인해 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 좌석 머리 받침대(헤드레스트)를 뽑아 지지봉의 뾰족한 부분으로 창문 모서리를 가격하거나 비상용 망치를 이용해 창문을 깨고 신속히 탈출해야 합니다.
📑 침수차 보험 처리 및 보상 절차
침수 피해를 확인했다면 신속하게 보험사에 연락해 사고를 접수하고 보상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자동차 자기손해담보(자차보험) 확인
침수 피해는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자차보험)’ 특약에 가입되어 있어야만 보상이 가능합니다. 자차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태풍, 홍수, 해일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를 ‘단독사고’로 처리하여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 보상이 제외되는 경우
모든 침수 피해가 보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운전자의 명백한 과실이나 부주의가 인정될 경우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어두어 차량 내부로 빗물이 들어간 경우
- 경찰이나 관공서에서 통제하는 구역, 혹은 누가 봐도 위험한 침수 지역에 무리하게 진입한 경우
- 강변, 주차 금지 구역 등 상습 침수 위험지역에 주차한 경우
전손 처리 vs 미수선 수리
보험사는 차량의 피해 상태를 확인한 후 수리 비용을 산정합니다. 이때 수리비가 차량의 현재 가액(중고차 시세)을 초과하면 ‘전손 처리’를 하게 됩니다. 전손 처리가 되면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차량 가액 전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해당 차량의 소유권을 가져갑니다. 반면 수리가 가능한 경우라면 ‘부분 수리’를 통해 차량을 고칠 수 있지만, 침수차는 수리 후에도 각종 전자 장비 오류나 부식 등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 중고차 구매 시 침수차 구별 꿀팁
침수 전손 처리된 차량 일부는 수리 후 중고차 시장에 유통되기도 합니다. 혹시 모를 피해를 막기 위해 중고차 구매 시 아래 사항들을 반드시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 조회
보험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카히스토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해당 차량의 보험 처리 이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침수(전손)’ 사고 이력이 있다면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 안전벨트 끝까지 당겨보기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겼을 때 끝부분에 진흙이나 오염물, 곰팡이 자국이 남아있다면 침수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벨트는 구조상 완벽하게 세척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퓨즈박스와 시가잭 확인
운전석 아래 퓨즈박스나 시가잭 안쪽을 스마트폰 플래시로 비춰보세요. 흙탕물이나 녹슨 흔적이 보인다면 침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차량 내부 냄새와 흔적 확인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었을 때 퀴퀴한 곰팡이 냄새나 악취가 난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또한, 시트 밑이나 트렁크 바닥 매트를 들춰봤을 때 습기나 녹, 흙먼지 자국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보세요.